지문날인, 언제까지 이 야만적인 제도를 존치시킬 것인가?
헌법 재판소의 조속한 판단을 요구한다!

지난 3월 7일은 2004년 3월 7일 세 명의 청소년이 주민등록증
신규발급과정에서 열손가락 지문날인을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 일체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한지 만 1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헌법재판소는 아직까지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고,
헌법재판소의 침묵 중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학생들은 신분증이
없다는 이유로 사회생활의 첫발부터 심각한 곤란을 겪고 있다.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의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수십 년간 방치되어온 제도에 대하여 비판의
목소리를 낸 학생들이 역시나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열손가락 지문날인제도에 관해서는 이미 1999년, 경찰이 전 국민의
열손가락 지문정보를 임의로 수집하여 전산처리하여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만
5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이 헌법소원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사안과 당사자를 달리하지만 근본적으로
열손가락 지문날인제도와 관련이 있는 두 가지 헌법소원이 하나는
5년 이상, 다른 하나는 1년 이상 계류된 채 시간을 보내고 있음에
따라 지문날인 거부자들의 피해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도대체 헌법재판소는 얼마나 더 시간이 필요한 것인가? 세계
각국이 전 국민의 열손가락 지문을 경찰이 채취해 임의로 사용하는
사례가 없고, 불순분자의 색출, 범죄피의자 검거, 일반신원확인을
위해 전 국민의 지문정보 일체가 필요하다는 경찰의 주장이 사실은
별다른 근거가 없는 주장임을 얼마나 더 소리쳐야 하는가? 2003년
법무부가 입국하는 외국인의 인권침해를 이유로 출입국관리법상의
지문날인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 외국인의 인권은 이토록 철저히
생각하는 대한민국 정부가 자국 국민의 인권에 대해선 심각한
침해를 자행하고 있는데, 기본권 보장의 최후보루인 헌법재판소가
더 이상 어떤 근거가 필요하여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인가?

지문날인제도는 군사정권이 권력을 유지할 목적으로 전 국민을
감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다. 그
정권의 수장이 부하의 손에 의해 사망한지 이미 4반세기가
흘렀지만 그 정권이 만들어놓은 반인권적 제도는 여전히 살아남아
국민들의 삶을 옭죄고 있다. 지문날인 반대연대는 더 이상 이러한
제도가 존치되어야할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며 헌법재판소가 하루
속히 헌법 이념에 입각한 올바른 결정을 내려주기 바란다.
지문날인 반대연대는 청소년 거부자 헌법소원 1주년을 맞이하여
앞으로 한 달 간 헌법소원 추가 당사자를 모집한다. 그리고
지문날인을 거부하는 청소년들이 생길 때마다 헌법소원 당사자를
추가할 것이다. 더 이상 우리의 청소년들이 지문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으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만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의 용단을 재차 요청한다.

2005년 3월 10일
지문날인 반대연대